2024년 9월 회고. 10월이 절반이나 지난 시점이다. 그래도 조금 뻔뻔한 마음으로, '10월이 절반밖에 안지났네?'와 같은 마인드로 후딱 9월 회고를 정리해본다.
1. 이직을 하고보니
2024년 9월은 내게 나름의 의미가 있다. 8월 퇴사를 하고, 9월부터 새로 입사한 회사에서 첫 달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번에 입사한 회사가 대기업이며, 그룹 내 핵심 자회사였기에 나름대로 상징적이었다. 첫 회사를 50명 규모의 중소기업에서 시작해서, 5년간 4번의 이직 끝에 지금의 회사에 올 수 있었다. 9월에는 어머니의 제사도 있었는데, 제사를 드리면서 어머니가 함께 계셨으면 더 좋아하셨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나 헬스, 뷰티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더욱 그런 생각을 헀다.
여튼 9월에 처음 입사를 하고, 첫날은 정신없었다. 아무것도 안하는데 정신없는 느낌이었다. 내가 입사한 시점에 프로덕트팀, 개발팀은 중요한 신규 기능 하나를 런칭하기 위해 매일 야근을 할 정도로 바쁜 시점이었다. 이런 시점에 입사하고, 여러가지 보안프로그램, 승인을 위해 최소 하루가 필요하다보니 첫날은 정말 아무것도 안했던 것 같다. 그래도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내면은 정신없는 하루였다.
입사한 첫 주, 정말 할 수 있는 것들이 없어서 내부 백오피스를 둘러보고, 컨플루언스의 문서들을 읽었다. 나름대로 시스템을 파악한다고 생각했는데, 놓친 것들도 있었다. 기능을 파악할 때, '어떻게 동작하는지'를 중심으로 파악했는데, 그보다 '이 시스템은 무엇이 문제인가'에 대한 파악이 더 중요했다. 특별할 것 없이 '화면에 표시된 이 숫자는 어떤 근거로 나온 것인가', '이 기능은 다른 기능과 충돌을 일으키지 않는가' 등 조금 더 주도적인 관점에서 파악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저 시점엔 그렇게 보지 못했지만, 지금 CS, 버그 관련 대응을 하면서 이런 영역의 이해도가 생겼다.
다행인 점은 내부 구성원들도 이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다. 나만 문제라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은 좋은게 좋은거라고 말할 때 답답해지는데, 다행히 내부 구성원들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했다. 우리의 시스템이 우리가 처음부터 만든 것이 아니라서 이런 공감대가 더 쉽게 모아진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런 동료들의 마음과 리소스가 헛되지 않도록 PO로 더 역량을 키워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2. 대기업이라고 다른게 있냐고?
나름대로 대기업이라는 곳을 다녀보니, 확실히 이전의 직장들과 차이점이 존재했다.
대기업은 입사하면 인사팀에서 나름대로의 OJT를 잘해준다. 스타트업 때는 아예 없었고, 전 직장은 기획팀만 각 팀의 담당자가 간단하게 OJT를 진행했다. 사실 퀄리티가 그렇게 좋지 않았던 점은 내부에서 이런 OJT 교육에 대해 퀄리티 관리나 이런 것들을 따로 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당연히 실무자들도 워낙 바쁘다보니, 와서 대략적으로 설명해줬다. 그래도 지금 회사는 이런 OJT를 담당하는 실무자나 인사팀이 꽤나 신경을 많이 쓴다는 사실을 알았다.
OJT를 통해 알게된 직원몰, 직원할인의 개념도 좋았다. 촌놈같지만 직원몰이라는 것을 처음 보고, 왜 사람들이 대기업, 대기업하는가를 쬐끔 느꼈다. 마침 추석이 얼마 안남았던 상황이라, 외할머니와 함께 직전 직장에서 모셨던 팀장님 분석팀, 기획팀 팀장님들과 분석팀 사수였던 형님에게 약소한 선물을 보냈다.
성장이나 사람에 대한 부분도 스타트업씬에서 말하는 것보다 훨씬 좋았다. 물론 이런 것은 회사마다, 팀마다 다 다를 것이다. 다행히 내가 속한 팀은 구성원들이 일에 대한 열의가 높고, 성장에 대한 고민도 있는 팀이라서 스타트업보다 더 열의적인 사람들도 많다고 느꼈다. 그래서 생각한 것 이상으로 만족스럽다고 느꼈다. 특히 프로덕트 팀의 팀장님, 사수님도 너무 좋은 분들이시고 배우고 싶은 것들이 많아서, 이런 좋은 점들을 잘 배워서 내 역량으로 만들고 싶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물론 이전에 겪지 못했던 문제들도 엄청나게 많다. 대표적으로 품의를 올리는 것이 정말 많다. 돈 하나를 쓰거나, 뭐 하나 승인받기 위해서 모두 품의를 쓰거나 결재를 받아야한다. 내심 다니다보니 왜 그 많던 자본력과 영향력을 갖고 있던 신세계가 쿠팡에 밀릴 수 밖에 없었는지 이해가 됐다. 물론, 신세계는 리더의 신사업 이슈가 크긴하다지만 다른 회사 조직문화도 비슷하다고 생각해보면, 기존 대기업, 그룹사가 IT문화 기반의 회사의 속도는 따라가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훗날 내가 이런 업무 프로세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뽑는 것에 더 시간을 쏟고, 대신 전적으로 권한이나 효율적인 업무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리더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했다.
회식 문화도 쉽지 않다. 지금은 입사 초반이라 모든 회식에 다 불려간다. 캘린더에 남은 공식 회식만 4개니 쉽지 않다. 그래도 내년부터는 조금이나마 내 삶에서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나길 바랄 뿐이다.
3.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최근 넷플릭스에 올라온 영화,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처음에 보고 이해가 잘 안가서, 해설본을 보고 다시 봤다.
지금 직장에서 3년을 다니면 안식휴가가 2주 정도 나온다. 3년간 나름대로 목표한 바나 성장을 이루고, 그 이후의 삶에 대해서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인 것 같다. 아침 8시 30분에 출근해서 보통 저녁 7~8시 사이에 퇴근하고 있다. 아마 본격적으로 작업이 시작된다면, 나도 야근이 많아질 수 있을 것 같다.
출근 전, 퇴근 후 시간이 그래서 더욱 소중하다. 이 시간에 무엇을 해야 3년 뒤에 가장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지 고민이다. 그냥 독서, 운동, 외국어 공부를 요새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내 삶을 위해서는 더 필요한 공부들이 많다고 느낀다. 예를 들면, 노코드 툴을 배워본다거나, 주식, 부동산과 같은 투자 공부를 한다거나 더 나은 삶, 지향하는 삶에 따라서 해야할 것들이 참 많다고 느낀다.
12월 초까지가 수습 기간이니 나름대로 이 시간동안 앞으로 어떤 목표를 갖고 시간을 보낼지 더욱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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