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상들/회고

22년 10월 회고

KevinKim. 2022. 11. 1. 06:51

모기 때문에 잠을 설쳤다. 내 기억이 항상 행복한 쪽으로 왜곡되는 것일까. 작년 이맘때에는 모기가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유독 올해는 모기가 오래 남아있는 것 같다. 잠에 다시 들기 어렵다고 판단되어서, 일어난 김에 월 마감에 대한 기록을 남겨본다.

 


대학 친구들의 새 출발

 

10월에 대학교 친구와 후배를 만났다. 거의 6개월~1년만에 만난 것 같은데 다들 소속이나 커리어에 방향전환을 잘 하고 있었다. 다들 잘 살고 있구나 생각에 반가웠다. 그 밖에 전전 직장 동료들도 거의 2~3년만에 만났는데 각자의 방식대로 다들 잘 살고 있었다.

낙곱새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나보니 사람 인생은 참 모르는구나 생각이 든다. 대학친구는 수학/재무 쪽으로 특히 뛰어났는데 현재 마케팅을 하고 있고, 학교 다닐 때 마케팅을 했던 나는 현재는 데이터를 보는 일을 하고 있다. 그 밖에도 마케팅을 잘하던 후배는 마케팅이 하기 싫어서 퇴사를 결정하고, 금융사에서 영업을 하던 후배는 세무사 공부를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 성적이 평생을 좌우한다', '대학교 전공이 평생을 결정한다' 처럼

한 번의 선택이 우리 인생을 결정한다는 발언들은 너무 성급한 일반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관짝에 눕기 전까지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다.

 

 


테니스를 재개하다
(feat.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

 

9월까지는 헬스와 육상에 올인했다. 다이어트로 몸 상태를 개선하는 것과 육상을 통해서 체력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 과제였다. 항상 퇴근을 하고 습관처럼 헬스장이나 한강으로 향했던 덕분에 몸무게는 6월말 80kg 수준에서 73.7kg로 감량했다. 동시에 김포한강마라톤도 10km를 52분으로 완주하면서 1차적으로 목표한 결과를 낼 수 있었다.

헬스는 재미가 잘 안붙는다.. ㅜ

체력이 좋아지고 고민한 것은 스포츠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예전에 대학생 때 하스스톤에 빠져서 '돌창인생'으로 살았던 것을 제외하면, 놀거리에 빠졌던 적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육상은 나름대로 즐길 수 있었지만, 헬스는 확실히 오래할 수 있는 운동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살을 빼겠다는 동기부여가 됐지만, 벌크업을 하겠다는 큰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튼 나는 중고등학교 때는 축구를 했었고, 대학교를 졸업한 무렵에는 테니스를 했었다. 순수하게 공놀이가 좋아서 테니스를 즐겼는데, 잠깐 치다가 어떤 말 못할 계기로 테니스를 1년 넘게 쉬게 되었다. 그러다 이번에 새로 스포츠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서 테니스를 다시하게 되었다. 격주 금요일마다 출근을 하지 않는 제도를 적극 활용해서, 금요일마다 테니스를 잘 치는 친구와 둘이 코트를 빌려서 쳤다.

 

치면서 처음으로 영상을 녹화해봤다. 친구의 권유로 자세를 교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녹화를 했고 복기를 했다. 코트 위에서는 공을 치는데 급급해서 무너지는 자세를 고려하지 못했는데, 녹화된 나의 자세를 보니 개판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기왕 하는거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더 잘할거라면 '테린이 대회' 같은 대회를 나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10월말에는 레슨도 다시 등록했다.

 

테니스 첫 레슨 직후 영상

요즘은 테니스 치면서 행복한 점은 내가 다시 무언가에 흠뻑 빠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예전에 유시민 작가의 <어떻게 살 것인가>를 보면서 우리 삶에서 일과 놀이의 조화에 대해 고민했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이런 것들이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데, 20대 후반의 나는 그렇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에서야 다시 목표를 가지고 빠져들만한 취미가 생겨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다시 시작한만큼 열심히하면서, 테니스가 내 삶의 작은 즐거움이자 위로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봐야겠다.

 


피부과, 쉽지 않다

 

30살이니까 관리를 해야겠다 싶어서 피부과를 갔다. 우선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피부과는 나랑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었다.

왜냐하면 인과관계에 대한 불명확성 때문이다. 예를 들면, 기대하는 것만큼은 효과가 없을 수 있다고 말하거나, 또는 한번만 해서는 효과가 없을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차례 진행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래도 여기는 양심적이고 친절한 경우였다.

 

다른 곳들은 레이저 토닝 같은 것만 문의를 했는데도, 갑자기 실장님이 나오셔서 프락셀을 포함한 비싼 치료들 위주로만 권하셔서 조금 기분이 안좋게 나온 곳들도 많았다. 아 물론 프락셀을 권하면서도 위에서 언급하는 기대하는 것만큼의 효과에 대해 보장할 수 없다는 이야기는 빼놓지 않았다.

 

그래도 문의하러 갔을 때, 다른 불필요한 시술을 권하지 않는 피부과를 발견했고 여기서 우선 점 제거부터 진행했다. 왼쪽 얼굴에 점이 좀 많은 편이었는데, 싹 제거를 했다. 여전히 붉은 기는 조금 남아있지만, 현재 상태에서는 선크림을 바르면 대부분 제거된 것처럼 보인다.

점 제거 2주 후, 왼쪽은 이제 티가 안난다

여튼 상담을 하면서 너무 기빨린 기억 때문에 확실한 목적이 생기기 전까진, 당분간 피부과는 멀리하고 셀프 관리에 집중해야겠다.


끝으로, 커리어에 대한 고민
그리고 쏘카 데이터 밋업

 

요즘 커리어와 관련한 고민이 많았다. 이전 직장에서 사업개발/물류기획으로 근무하면서, 너무나도 만족스러웠다. 당시에 배송플랫폼에 대한 사업/제품 기획 업무를 모두 진행했는데, 정말 내 사업을 한다는 느낌 때문에 일에 대한 몰입도가 매우 높았다. 야근을 해도 행복했다.

 

다만, 주니어 때 조금 더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겠다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선 사업개발이나 프로덕트 매니저의 경우, 스페셜리스트보다 제너럴리스트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구성원들과 협업해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일을 하면서 느낀 점은 점점 시대는 T자형 제너럴리스트를 원한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전문성을 갖추면서도 다른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는 사람들을 원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지금처럼 사업개발로 존재하는 것보다 조금 더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전략기획/데이터분석 직무를 담당하는 Business Analyst로 이직하게 되었다. 특히 이번 직장에서는 데이터와 관련된 전문성을 탄탄하게 쌓아보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다. 

 

그러다가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마주하게 되었다. 전문성을 쌓는다는 것이 한 지점을 잡아서 우물을 깊게 파는 것인데, 어디에 파야할지가 혼란스러웠다. 입사한 직후, SQL과 Python 공부를 하고 통계 관련한 공부를 하고 있다. 다만 나의 다음 스텝이 머신러닝과 같은 영역으로 가는 것이 맞을지, 아니면 비개발 직군이기 때문에 다른 영역으로 공부를 해야할지 혼란이 있었다. 그러다 쏘카에서 진행하는 데이터 밋업 행사를 우연히 알게 되어서 방문했다.

물류기획으로 근무할 때 항상 느꼈던 것은 '쏘카는 정말 대단하다'였다. 물류기획으로 가장 오랜시간 공들였던 프로덕트 중 하나가 수배송에 대한 최적화였다. 상품에 대한 분배와 경로에 대한 최적화로 고민이 많았는데, 어려움을 겪은 가장 큰 이유는 내가 GIS영역에 대한 분석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과 GIS 역량이 있었어도 날씨나 교통상황 등 다양한 요인이 개입하는 '이동' 자체에 대한 어려움이었다. 여튼 그런 상황이었기에 다른 회사의 행사는 안갔지만, 쏘카에서 진행하는 데이터 밋업은 참을 수가 없었다. (쏘카 가고 싶..)

 

 

첫번째 발표로 진행한 비즈니스 데이터팀의 강의가 인상 깊었다. 팀에서 하는 일에 대해서 비즈니스 알고리즘을 만드는 일이라 스스로를 설명했다. 전국의 차량을 어떻게 배차하는 것이 최적인지 또는 수요 예측을 통해서 차종별로 가격을 어떻게 가져가는 것이 최적인지 등 사람이 수기로 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데이터를 통해 성장을 극대화 시키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내가 이전 직장해서 진행한 업무와 맥락이 닿아있었기에 인상깊게 들었다. 항상 고민했던 지점은 물류운영의 휴먼에러 최소화였다. 휴먼에러가 잘못 발생하면, 일을 두번하는 비효율도 있지만 배송기사님들 커뮤니티에 '누구한테는 특혜를 줬네'와 같은 말이 도는 등 사용자 관리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따라서 모집, 할당, 매칭 등 모든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고 이 알고리즘을 최적화를 고민하던 일이 떠올랐다.

 

또 인상적이었던 지점은 비즈니스 데이터팀은 팀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최대한 재무적인 결과와 연결지었다는 점이다. 비슷한 고민을 하면서도, 그 결과를 CS나 전체배송시간 단축과 같은 피상적인 결과로만 고민했던 스스로에 대해 반성했다. 우리가 했던 최적화나 연구가 궁극적으로 어떤 재무적 가치를 가지는지 고민해보는 것은 데이터 분석가의 중요한 태도 중 하나라고 느꼈다.

 

 

두번째 발표는 데이터사이언스팀이었다. 고객의 경험을 결정한다는 데이터사이언스팀은 부정주유 검수와 관련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쏘카를 이용하다보면 운전석 앞쪽에 주유카드가 꽂혀있는데, 이 카드로 개인의 주유통을 채우는 등 부정을 저지르는 사람들을 검수한 사례다.

 

간단하게 생각할 때는 (사용한 주유비)를 (주유소의 리터당 단가)로 나눠서 (충전한 주유량)을 구하고, (차량의 연비)와 (충전 후 이동한 거리)

를 활용하여 (남은 주유량)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비교하면 되는 문제다. 다만, 저 하나하나의 요소를 분석하는 것 자체가 난이도가 엄청 높다. 특히 차량의 연비만 생각해도 매 순간 일정한 연비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부정주유를 적발하는 것은 잘못하면 멀쩡한 고객을 기름도둑으로 만드는 모습이 될 수 있다. 예전에 배송 중 쿠팡이츠나 다른 배송을 진행하는 것으로 심증만으로 고민했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엄청나게 어려운 문제에도 도전하는 팀이라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그 뒤에는 밸류 디스커버리 팀이었는데 프로젝트는 예약 테트리스라는 흥미로운 주제였지만, 팀의 역할 자체는 앞의 팀과 구분이 안됐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프로젝트에 대한 내용은 쏘카 테크 블로그에 올라와있는데 매우 흥미롭다. 마지막 AI팀의 경우, 세차 요청과 관련한 오퍼레이션 자동화를 만든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문제에 대한 공감대는 있었지만, 나의 케파 부족으로 모든 내용을 이해하진 못했...

 

 

여튼 너무 좋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데이터 전문성과 관련한 커리어 고민을 일부 해결할 수 있었다. 

 

- 비즈니스 알고리즘 중 비효율적인 부분과 최적화하고 이를 자동화 할 수 있는 영역을 고민해보기

- 분석한 결과물과 연결되는 액션 아이템이 어떤 재무적인 결과를 가져오는지 고민해보기

- 매우 높은 난이도의 문제라도, 해결했을 때 가치가 충분하다면 시도해보기

- (하드스킬적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기술이 있다면, 그것에 맞춰서 공부하기

 

11월에는 살과 함께 빠진 나의 뇌세포도 다시 채워가면서, 더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야겠다.

그래서 나도 나중에 쏘카 같은 회사로 이ㅈ..

 

10월 마감일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