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상들

다이어트 시작 후 3개월

KevinKim. 2022. 10. 3. 20:21

2022년 3분기, 운동은 정말 열심히 했다

 

2022년 3분기를 시작하면서, 조금 정신 차릴 필요가 있었다. 

 

이전 직장은 온라인으로 축산물을 판매하는 스타트업이었다. 당시 임직원 대상의 할인 혜택이 있었고, 나는 이 혜택을 정말 많이 누렸다. 닭고기, 돼지고기 그리고 소고기를 먹는 것에 있어서 경제적 부담이 적다 보니, 정말 매 끼니마다 고기를 먹었다. 고단백 다이어트라는 것도 존재하지만, 내 입맛에는 기름진 삼겹살, 항정살 등이 너무 잘 맞았던터라 단백질보다 지방을 더 많이 섭취했다.

 

그 결과, 퇴사하는 올해 1분기 기준으로 몸무게가 80kg 이상을 훌쩍 상회했다. 이 몸무게를 본 것은 입대 전 이후로 오랜만이었다.

 

2분기까지는 이직한 회사에서 적응한다고 운동을 게을리했다. 물론 나도 여름철에 펑퍼짐한 옷을 입어야 하는 상황이 그렇게 달갑지 않았다. 한번씩은 거울 속의 내 모습이 조금 둔해 보인다는 느낌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에게 운동을 해야겠다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이렇게도 잘 살았으니까.

 

하지만 2가지 요인에 의해서 이 생각은 달라지게 되었다. 하나는 일에 대한 성찰이었다. 나는 일을 정말 잘하고 싶다. 정확히는 만화 '원피스'를 보고 꿈꾸는 보통의 소년들처럼 뛰어난 동료들과 함께 큰 임팩트를 내는 일을 살면서 꼭 해보고 싶다. 하지만 이직한 이후의 나는 일에 대한 열정을 잃어가고 있었다. 정확히는 체력적인 문제로 지쳐가고 있었다.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지구력이 떨어지면서, 협업에 대한 피로감이 증가했다. 이런 스스로에게 현타를 느낀 것이 하나의 요인이됐다.

 

출처: tvn D ENT 유퀴즈온더블럭

 

또 다른 요인은 <유퀴즈: 박진영편>에서 박진영 PD가 '20대와 비교할 때 지금의 몸상태가 더 좋다'라고 언급한 부분이었다. 진짜로 너무 멋있었다. 왜냐하면 나 역시, 아직 30살에 불과한 놈이 '몸이 10대, 20대때 같지 않네'라는 말을 할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 몸에 대한 한계를 내가 너무 그어놓고 시작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1020대에 그렇게 막 환상적인 체력이거나 몸상태는 아니었으니, '그때보다 더 좋은 몸상태를 만들어봐야겠다'라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운동을 시작하면서

우선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이라 운동 목표에 대한 설정과 그 목표를 측정할 지표 설정이 중요했다.

운동을 하면서 얻고 싶은 것은 우선 체형 개선을 통해서 달갑지 않은 이 몸을 변화시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체력을 기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만약 체형 개선과 체력이 길러진다면, 스스로에 대한 만족도도 매우 높아지고 업무 수행능력도 더 좋아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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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지방률에 따른 체형 변화 짤

체형 개선에 대해서는 체중보다 '눈바디(눈+인바디)'로 파악하라고 이야기했다. 왜냐하면 무조건 살을 빼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운동을 통해 보기 좋은 몸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업병 때문에 수치화 할 수 없는 것은 관리될 수 없다는 믿음이 있었고, 살을 빼면 체형도 지금보다는 낫겠지 라는 생각으로 체중 감소를 목표로 설정했다.

 

체중 감소를 목표로 잡은 이후에는 다른 고민을 하지 않았다. 어떤 의미냐면, 간혹 주변의 헬짱 친구들이 '어차피 살이 찐 상태인데, 여기서 벌크업을 해보는 것은 어때?'라고 권유한다. 하지만 벌크업에서 이미 여러 번 실패를 경험했다. 벌크업을 한다고 생각하면 먹는 것에 대해 크게 제한을 두지 않으며, 먹는만큼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대로 '건강한 돼지' 상태가 되어버렸다. 또한 여러 번 실패한 체중 감소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단기간에 가시적인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결심했다.

 

목표는 3단계로 설정했다. 적정 목표, 도전 목표, 그리고 이상적인 목표였다. 자주 이용하는 쇼핑몰인 무신사를 보다 보면, 나와 유사한 키(174cm 전후)를 가진 사람들 중 옷핏이 잘 받는 느낌의 분들은 대체로 67~69kg 정도에 포진하고 계셨다. 그래서 이상적인 목표는 몸무게 67kg을 목표로 잡았다.

 

그리고 적정 목표는 키에서 100을 뺀 몸무게인 74kg으로 설정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많은 다이어트 관련 글에서 저 몸무게를 목표로 설정하는 글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전 목표는 중간지점인 70kg으로 설정했다. 3분기에는 적정목표, 4분기에는 도전/이상 목표를 달성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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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을 기르는 목표 역시, 수치화 된 목표 설정이 필요했다. 특히 체력이라는 것도 상당히 막연한 개념이며, 이것을 심폐 지구력, 근력, 근지구력, 유연성 등의 개념으로 구분한다는 것을 알았다. 우선은 천식이 있는 상황을 개선하고 싶어서 심폐 지구력을 기르는 방향으로 설정했다. 그리고 목표는 10km달리기 50분대로 진입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이 목표는 운좋게 달성했다)

 

김포한강마라톤 10km완주

2022년 하반기에 체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느껴졌다. 예전에 드라마 미생에서 "니가 이루고 싶은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라는 바둑기원 스승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데이터 분석을 하다보면

dzkm.tistory.com

 

 

고통에 비례해서 살이 빠지더라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깨달은 것은, '쉽게 얻은 것은 그만큼 가치가 없다'라는 내용이었다.

 

가장 힘든 것은 배고픔과 싸움이었다. 나는 아침/점심을 건강하게 챙겨 먹었다. 샐러드, 낫또, 닭가슴살, 미숫가루&검은콩, 두부 등 건강한 식재료로 아침, 점심으로 먹었다. 그리고 저녁은 굳이 무리해서 먹지는 않았다. 가끔 저녁에 공부나 업무에 집중도가 떨어지면, 미숫가루나 삶은 계란을 챙겨먹었다. 이렇게 먹고나면 저녁 9시부터 미친듯이 배가 고파온다. 하지만 배가 고플 때마다 '그래.... 배가 고프면 잘하고 있는거야'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식단을 관리했다.

실제 식단..

처음에는 이렇게 먹는 것이 되게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먹다 보니 입에 잘 맞게 되었다. 특히나 닭가슴살과 낫또를 같이 먹는 조합은 정말 환상적이다. 또한 저녁을 먹지 않는 것이 습관화되면서, 식사량 자체가 조금씩 줄어들었다. 그래서 포만감을 느끼기까지 먹는양 자체가 줄었고, 업무시간이나 평소에 몸이 상당히 가볍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더 나아가 평소에 이렇게 먹다 보니, 기존 음식에서 얻는 행복이 더욱 커졌다. 회사에서 점심으로 돈까스나 제육볶음을 먹을 때면, 이 행복감이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특히 떡볶이의 경우, 평소 집에서 주문해서 먹을 정도로 좋아하는데 다이어트에 제일 위험한 식품이라 3개월간 아예 입도 대지 않았다. 그리고 최근에 먹었을 때 느껴지던 그 행복이란!

운동하러 갈 때마다 변화 기록을 위해 남긴 사진들

 

여튼 이렇게 식단관리를 하면서, 유산소 중심의 근력운동을 지속했다. 근력운동은 헬스장을 다니고 있던 친구의 도움으로 머신 사용법부터 하나하나 배웠다. 특히 내가 이전에 헬스를 그만뒀던 이유 중 하나가, 헬스에서 무리해서 무게치다가 어깨가 결리거나 허리가 나가는게 주된 이유였다. 운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고, 운좋게 운동을 잘하는 친구의 도움으로 지속할 수 있었다. (이 친구가 없었으면 아마 PT를 따로 받아봤을 것 같다)

 

 

그 결과,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변화가 생겼다.

 

우선은 다이어트 중간중간 오랫동안 못 본 사람들을 만나면, 살 빠졌다는 칭찬을 받았다. 그러면 또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요즘 운동이랑 식단하고 있어'라고 던지고, 그럼 나는 또 던진 말이 있어서 새벽에 나와서 달리기를 하는 등 끊임없는 채찍질의 원동력으로 삼았다. 이 경험으로 타인이 스스로 사소한 변화라고 느끼는 것들이 있어도, 칭찬하는 말은 아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다른 기쁨의 순간은 기존에 입던 바지를 입으려면 허리띠가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불편하게 허리를 조이던 바지들에 허리띠가 필요하다고 느꼈던 순간은 정말 기쁨이 컸다. 그래서 8월 20일에 당시 무신사에서 할인하던 벨트를 바로 하나 구매했다. 3분기에 했던 소비들 중 가장 만족스러운 소비였다. 

이런 소소한 기쁨과 좋은 자극을 바탕으로 운동을 지속했다. 그 결과 3분기에 목표한 수준으로 달성할 수 있었다. 10월 3일 기준으로 73.5kg으로 마무리하면서 적정 목표 달성을 마쳤다. 또한 체력 역시 10km 52분대에 기록을 세우면서 체형 개선과 체력 개선 목표를 모두 달성했다.

 

이렇게 달성한 이후에 실제로 옷입은 사진을 찍었을 때, 확연히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배나 가슴이 많이 들어가고, 옷이 나름대로 깔끔하게 보이는 형태로 개선되었다.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이런 경험은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을 더욱 높여줬을뿐만 아니라, 나는 다른 목표들도 다 달성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있다.

 

다이어트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옷을 입을 수 있는 것도 큰 기쁨이었다

4분기에도 새로운 도전을 할 예정이다. 다이어트는 도전/이상 목표치까지 계속해서 만들어가고, 달리기 역시 하프마라톤에 도전할 수준으로 키우려고 한다. 그 밖에 운동과 식단에 적응하느라 밀도있게 하지 못했던 공부도 하면서 의미있는 도전을 지속해 가려고 한다.

 

3분기의 성공경험을 토대로, 또 의미있는 성장을 계속해보자. 아좌아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