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30년 넘게 살면서 주변에서 '러시아 사람'을 마주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지리적으로 미국보다 가깝고 국력도 강한 나라지만, 그동안 러시아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무관심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그 속에서 유럽 전체와 갈등하면서도 생각보다 잘 버텨내는 러시아를 보며 깊은 놀라움을 느꼈다.
2. 러시아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던 와중에,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이야기 러시아사>라는 책을 우연히 발견해 구매하게 되었다. 이 책은 복잡한 러시아의 역사를 이야기처럼 쉽게 풀어낸 점이 특히 좋았다. 키예프 루스에서부터 모스크바 대공국, 거대한 러시아 제국, 소비에트 연방을 거쳐 오늘날의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주요 흐름과 그 속에서 빚어진 갈등, 그리고 문화적 산물들을 전반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3. 아직 한 번밖에 읽지 않아 학창 시절 국사나 근현대사를 공부하듯 깊이 있게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을 통해 한 가지 명확하게 느낀 점이 있다. 바로 러시아의 역사는 '투쟁의 역사'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혹독한 기후와 척박한 땅을 가진 러시아는 끊임없이 자연과 싸우며 그 환경에 적응해왔다. 그리고 결국 그러한 척박한 환경을 오히려 자신들의 강력한 무기로 삼아 나폴레옹과 히틀러의 침략을 막아냈다. 이 대목에서 나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어려운 환경을 단순히 극복하는 것을 넘어, 그것을 나만의 강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정말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4. 이러한 깨달음은 내 일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최근 가장 큰 부담 중 하나는 재무적인 성과를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유저 행동 지표를 중심으로 프로덕트의 가치를 이야기했다면, 지금은 어떤 기획이든 재무적 성과와 연결 지어 설명해야 한다. 처음에는 이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 막막하고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이제는 이 연결만 잘 시키면 내가 해보고 싶은 기획을 시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낯설고 어려운 환경에 적응해나가며 오히려 나의 제품 기획 역량에 '비즈니스 성과를 고려하는 역량'이 더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잘 적응한다면, 그것이 나의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러시아의 역사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5. 로마노프 왕조 말기부터 소련 시대에 이르기까지 러시아 역사를 관통하는 투쟁은 단순한 정치적 대립을 넘어선다. 그것은 사상의 거대한 물결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상상할 수 없는 리스크를 감내해야 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피의 일요일'로 촉발된 1905년 혁명부터 제정을 완전히 전복시킨 1917년 혁명에 이르기까지, 볼셰비키 혁명가들은 기존 질서의 붕괴와 내전의 위험을 알면서도 '계급 없는 사회'라는 이상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 이러한 투쟁의 역사는 러시아인들에게 가치 있는 변화는 엄청난 희생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인식을 깊숙이 각인시켰다.
6. 이러한 역사적 흐름을 통해 현대 러시아인들의 사고방식, 특히 확장하려는 욕구와 강력한 지도자에 대한 태도까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러시아 역사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다른 문화나 역사 관련 책들도 계속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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