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페이머스, 왜 그들만 유명할까'를 읽고 - 타인의 성공 방정식이 나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까?

KevinKim. 2025. 6. 22. 15:32

 

학창 시절 마케팅을 공부하며 흥미롭게 읽었던 책 <넛지>의 저자 캐스 선스타인이 쓴 신간, <페이머스: 왜 그들만 유명할까>를 읽었다. 영어 원제는 <How to Become Famous>지만, 서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스타그램 마케팅 성공 비법’류의 실용서는 아니다. 우리는 종종 ‘성공’을 ‘유명세’와 동일시한다. 세계적인 명화, 세계적인 가수·영화배우, 베스트셀러 소설처럼 유명하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사례들이다. 이 책은 이들이 과연 어떻게 그런 유명세를 얻었는지 탐구한다.

 

결론만 보면 다소 상식적인 이야기처럼 보인다. 유명세는 단 하나의 비결이 아니라 복합적인 요인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성공한 인물에게서 ‘성공 공식’을 추출하려 하지만, 저자는 그와 동일한 조건을 갖추고도 끝내 주목받지 못한 수많은 사례를 함께 제시하며, 성공이 특정 요소 하나로 설명될 수 없음을 강조한다.

 

우리가 이런 ‘성공 공식’을 쉽게 믿어 버리는 이유도 흥미롭게 짚는다. 어떤 주장이 흥미로운 서사와 결합하면 실증적 근거가 빈약해도 그 가능성을 과대평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아침 운동을 하면 성공한다”라는 명제만으로는 설득력이 약하지만, “어떤 CEO가 새벽 다섯 시에 운동하며 떠올린 아이디어로 대박을 쳤다”라는 일화가 더해지면 ‘아침 운동’이 곧 성공의 열쇠라는 믿음이 강화되는 식이다.

 

책은 행동경제학자다운 시선으로 정보 연쇄(informational cascade), 네트워크 효과, 그룹 편향 등을 소개한다. ‘뮤직랩 실험’처럼 특정 곡이 ‘인기 있다’는 신호만으로 스트리밍 수와 긍정적 평점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사례를 통해, 유명세가 어떻게 눈덩이처럼 커지는지를 생생히 보여 준다.

 

문득, ‘데이터 기반 성과 평가’의 한계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우리 회사에서도 ‘비즈니스 임팩트’를 기준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말하지만, 실제 임팩트는 단일 지표로 포착하기 어렵다. 다양한 요인이 얽혀 나타난 결과를 몇 달치 숫자만으로 평가해 제품의 성공이나 개인의 역량을 판가름할 수 있을까? 솔직히 아직 더 나은 평가 틀을 제시하지 못하지만, 최소한 성공과 성과를 하나의 요소로 단정할 수 없다는 사실만은 분명해졌다.

 

결국 이 책은 “성공은 복합적이다”라는 새삼스러운 진실을 흥미로운 실험과 이론으로 뒷받침하며, 성과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에 작은 균열을 낸다. 그것만으로도 읽을 가치는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