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상들/회고

2024년 회고.

KevinKim. 2025. 1. 1. 20:15

2024년처럼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은 1년도 없을 것 같다. 2024년에 목표했던 것들을 많이 이루지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얻은 것도 많은 2024년을 마무리하면서 이런저런 글을 적어본다.


'2024년 목표를 왜 지키지 못했는가'에 대해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직장 생활과 관련한 커리어의 영향이 크다. 정말 예상치 못한 변수의 등장으로 꽤나 바쁜 시기를 보냈기 때문이다.

 

1 PM/PO로 직무로 확정

 

22년 3월 C사의 EC전략팀에 입사한 이후, 23년 12월까지 데이터 분석가로 일했다. 사회생활 시작 후 지금까지 정말 좋은 리더들만 만났던터라, 나름대로 커리어복은 있다. 가끔 인터넷에 직장상사 때문에 힘들어하는 글들이 보이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그런 복은 타고 났다고 생각한다. 여튼, 그렇게 일하다 올해 24년 1월부터 PM으로 일하게 됐다.

 

이전 C사는 리더가 PO, 실무진을 PM이라 부르는데, 지금있는 O사는 실무진이 PO, 리더가 PM으로 불려서 나도 뭐가 맞는지는 모르겠다. 대충 프로덕트 조직의 실무자로 일하게 됐다고 보면 될 것이다.

 

전환에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첫 직장부터 다양한 직무를 경험해보면서,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을 끝냈기 때문이다. 첫 직장에서 마케팅/세일즈, 두번째 직장인 J사에서 PO/사업기획, 그리고 C사의 분석가로 일을 했다. 나름대로 문과가 경험할 수 있는 직무는 다 해본 것 같다.

 

첫 직장, 두번째 직장은 정말 작은 기업이었지만, 주니어 때 나름대로 리더 직책을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요즘 표현대로 '1인분'은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같은 것은 없었고, 철저히 내가 20년을 해 나갈 수 있는 일을 고르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 그 결과 프로덕트 직군이라면 한 번 걸어볼만하다는 생각을 했고, 우연한 기회를 얻게 되어서 회사에서 24년 1월부터 직무를 변경하게 됐다.

 

 

2 사수의 퇴사

 

프로덕트팀에 입사한 직후, 중요한 프로젝트가 막 시작되려는 시점이었다. 이때 주문생성팀의 사수가 이직을 했다. 그 결과 후임자인 내가 운좋게(?) 그 프로젝트에 내가 대신 참여하는 기회를 얻었다. 팀장님이 많은 부분을 도와주셔서, 부족한 역량에도 5~6개월간 큰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하고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다.

 

대표사진 삭제

Youtube Shopping

 

첫 스타트를 이 프로젝트로 맡았던 것은 꽤나 큰 행운이었다. 나름대로 마케팅, 물류 등 이커머스 생태계에서 일을 해왔지만, 프로덕트 관점에서 이커머스에 대한 이해도는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주문 쪽 이커머스 PM으로 콘텐츠 플랫폼 내에 새로운 이커머스 플랫폼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하면서 많은 부분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면, 주문이 생성되기 위해서 상품의 모든 내용을 다 파악하고 있어야한다.

 

  • 상품에서 등록한 가격, 배송 등의 정보가 주문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 회원, 비회원에 따른 주문처리 및 회원 등급별 적립금 등 지급을 위해 회원쪽 정책도 이해해야한다.
  • 주문과 관련한 문의, CS를 위해서 메시지 영역 등도 파악해야한다.

 

그렇다보니 '처음에는 어떤 기능 하나를 추가한다'고 적을 때, 이와 연관된 부분을 고려하지 못하면서 개발자분들의 질문공세를 받았지만, 몇번 맞다보니 어떤 기능을 하나 넣을 때 어떤 것도 고려해야겠다는 감이 조금은 생길 수 있었다. 그래서 정말 귀중한 시간이었고, 베테랑인 팀장님과 함께 일하면서 옆에서 많은 것도 배울 수 있었다.

 

“한국 쇼핑도 우리가 접수”…유튜브, 세계 첫 출시에 쿠팡·네이버 ‘깜놀’ - 매일경제

유튜브, 쇼핑 전용 스토어 국내 출시 막대한 이용자 수 무기로 국내 e커머스 공략 본격화 판매자는 쉽게 스토어 만들고 구매자는 이름·주소 넣으면 결제 e커머스 시장 2026년 10조원 성장 전망

www.mk.co.kr

 

 

3 이직 제안을 받고

 

6월에 프로덕트 런칭 후, 별탈없이 일하고 있었다. 직무를 옮긴지 얼마 안된터라, '회사를 이직해야겠다'는 고민보단 지금 하는 일을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런데 7월 초에 우연히 링크드인으로 이직 제안을 받았다.

 

"흠? 대기업에서 갑자기 이직제안을?"

 

나름대로 사람들끼리 이직하면 옮겨보고 싶은 회사로 거론됐던터라 호기심은 갔다. 신사업팀이었는데, 정말 처음 들어본 서비스라 관련 정보를 찾아보고 꽤나 고민했던 것 같다. (그때 기준으로) 29CM와 비슷한 결의 서비스였다. 나름대로 자사몰 플랫폼에서 일하면서 영세한 브랜드들이 결국은 네이버, 쿠팡에 입점해서 보통은 가격과 노출 중심의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봤던터라, 니치한 브랜드와 이를 알아주는 고객을 연결시켜주는 일은 꽤나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다고 느꼈다.

 

그래서 약간의 흥미를 갖고 면접을 진행했고, 순식간에 2차까지 붙어버렸다. 지금 회사를 바로 떠나고 싶은 이유는 없던터라, 붙고 나서도 가야하나 말아야하나를 오래 고민했다. 선택지를 놓고 비교했다.

이직할 경우
이직하지 않을 경우
  • 명목 급여 상승
  • 인센티브
  • 애자일한 조직 with 아직 모르는 사람들
  • B2C 프로덕트 PM
  • 대기업 타이틀
  • 월 2회 휴일 + 재택근무가능 (고로 실질 급여 유사)
  • 카운트 오퍼
  • 이제야 적응한 조직 with 좋은 사람들
  • B2B 프로덕트 PM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은 대기업 내 스타트업처럼 애자일하게 일한다는 것과 타이틀적인 부분이었다. 신사업으로 IT회사 출신들이 모여서, 애자일하게 일한다는 이야기들이 궁금했다. 그리고 첫 직장을 작은 곳에서 시작했던터라 그냥 잘 나가는 대기업이 궁금한 것 & 나름 결혼적령기라 인생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서 이직을 하게 되었다.

 

 

4 이직 후 24년 4분기를 보내고

 

입사 후 특별한 것은 없었다. 9월은 온보딩과 버그/CS 대응을 하는 온콜, 그리고 비계획성 업무를 받아서 주로 진행했다. 나 역시 서비스를 파악하는 단계였고, 다른 개발/디자인 리소스는 이미 3분기 할당 과제를 진행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4분기부터 개인 KPI를 받아서 본격적인 일을 하게 되었다.

 

신사업 팀이지만 서비스 자체는 인수한 서비스라서 이를 정상화하는 과제들이 다수였다. 나는 클레임, 메시지 쪽을 맡아서 이를 정상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어떤 Feature 자체가 통으로 없는 것은 문제가 아닌데, 서비스에 전반적인 이커머스 기능을 다 갖고 있는데, 부분부분 작동하지 않거나 잘못 작동하는 것이 문제였다. 특히나 환불 금액을 산출하는 과정에서 금액적으로 자사가 손해를 보는 부분도 있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한 개선을 진행했다.

 

 

2024년도 Lesson & Learn

 

  • 프로덕트 매니저가 모든 것을 알기는 어렵다. 정책서를 읽고, 열심히 테스트를 돌려도 다 파악하지 못한 것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최근 소셜 간편가입 테스트를 하는데 사이트에서 최초 간편가입 때와 탈퇴 후 간편가입 때 나타나는 플로우가 달라서, 최초 간편가입 기준으로 소통하는 나와 탈퇴 후 간편가입 기준으로 소통하는 개발팀과 소통에 혼선을 만들기도 했다. 이전 기획에서 놓친 부분이 있거나, 혹은 다른 배포로 영향을 받는 등 가능한 변수가 많기 때문에, 항상 내가 100%를 파악할 할 수 없어서 겸손해야한다.
  • 하지만 프로덕트 매니저는 100%를 파악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한다고 느꼈다. 예를 들면, 클레임과 관련된 개선을 진행하다가 배포를 얼마 앞두고, 개선 범위가 정산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지 질문을 받았다. 다행히 정산 담당자가 평소 고생하는걸 봤던터라 기획 초기 그 부분을 고려해서 작업할 수 있었다. 만약, 놓치는 범위가 있었고, 실제 정산에 잘못된 영향을 미쳤다면 중간에 갈아엎거나 일정이 더 늘어났을 것이다. 그래서 프로덕트 매니저는 최대한 작업범위와 관련한 100%를 파악하도록 노력해야한다.
  • 그 노력이 잘못된 자신감이 되어서는 안된다. '약은 약사에게'라는 표현처럼 각 구성원이 더 나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은 믿고 가야겠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예를 들어, 배포 범위를 잡을 때 Story내 Task를 개별 배포하는 것이 유리할지, 전체 배포하는 것이 유리할지는 PO도 예상 견적을 뽑겠지만, 개발팀에서 더 나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UX용어도 맨날 비즈니스 용어로 소통하는 PO보다, 한발 떨어져서 유저의 관점에서 바라봐줄 수 있는 UX디자이너의 도움을 받았을 때 더 결과물이 좋았다. PO로 항상 각 구성원이 최소한의 리소스로 아웃풋을 내길 바라고 기획하지만, 현실과 다른 부분은 있을 수 있으니 늘 조율하고 의견을 구해야한다고 느꼈다.
  • 대신 PO가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은 확실하게 제공해야한다. 클레임 개선을 진행하면서 팀장님께 받은 피드백은 (1) 비즈니스단 정책을 명확히 잡는 것, (2) as-is와 to-be가 명확히 구분되도록 하는 것, (3) 사례를 최대한 담는 것이 있었다. 특히 주문/결제/데이터 프로덕트처럼 숫자로 결과물이 나오는 것은 실제 숫자를 기반으로 사례를 잘 전달하는 것이 다른 구성원의 리소스를 줄이는 점이라는 것을 배웠다.
  • 프로덕트 담당자가 비즈니스를 고려할 때, 내부 구성원에 대한 고려를 놓치면 안된다는 점이다. 내년도 런칭을 위해 4분기에 열심히 준비하던 것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무산됐다. 회사의 전략방향이 3분기에 생각했던 것과 달라지고, 그에 따라 내년 1분기에 유관부서의 리소스 집중도 변경되면서 협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무산된 것은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PO가 고려해야하는 '비즈니스'라는 것이 단순히 비즈니스 모델, 시장 분석뿐만이 아니라 전사 방향성과 align, 협업이 필요한 구성원의 리소스 등을 고려한 비즈니스라는 것을 맞으면서 배웠기 때문에 값진 실패였다.
  • 효율적인 리소스와 최상의 아웃풋 사이의 줄다리기는 어렵다. 개발 진행단계에서 예상치 못한 이슈가 생겼을 때, 어떤 부분은 시간을 더 투자하더라도 이번 배포 때 반드시 잡고가야 할 것이 있고, 어떤 것들은 Known 이슈로 눈감고 가도 되는 것이 있다. 보통은 금전문제냐 UX냐, 정상화냐 개선이냐 등 나름의 기준과 데이터를 토대로 결정을 하고 있다. 다만, 돌이켜봤을 때 그렇게 진행하는 것이 이성적인 근거가 항상 맞다기보다, 내가 UX에 대한 판단 기준을 명확히 내리지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내년에는 데이터와 함께 UX적인 영역도 더 많은 공부를 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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